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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쓰기 시작한 지금으로부터 26분 전인 어제에 있었던 종교 상징의 세계 기말고사를 대비하기 위해 설 연휴에 할머니 댁에서 뒹굴거리기만 하지 말고 공부를 하려고 노트북과 책, 필기 노트를 가져갔다. 여느 때처럼 출발하는 마음은 단호하고 비장했지만 결과는 심히 빈약하다. 매번 익숙한 패턴이라 이제는 나에게 그다지 실망도 하지 않지만, 사실 이것이 가장 큰 문제일 것이다. 점점 반성을 하지 않는다는 것. 계획상으로는 첫 날과 둘째 날까지 ppt를 모두 정리한 후 마지막 날, 그러니까 시험 전 날에 하루 종일 책을 보며 빠지거나 부족한 부분을 정리 노트에 채워넣기로 했었다. 하지만 항상 100을 계획하면 80도 아니고 50 정도에 머무른다. 공부하기 싫은 것도 그렇지만 민정이와 놀고 싶은 마음이 자제되지 않은 탓도 크다. 어차피 내 탓이니 결과도 그냥 조용히 짊어져야겠지.
시험은 예상대로(?) 잘 치지 못했다. 책을 보면서 pdf파일에서 빠져있던 부분을 채워넣을까 말까 하던 엘리아데와 융의 원형 개념 차이가 시험 1번 문제로 나왔다. 귀찮아서 정리하지 않았으니 알 턱이 없다. 마지막 문제까지 어찌어찌 대강 써서 내고 나가는 길에 3차 과제물을 받았다. A-다. 물론 A-를 받은 다른 수많은 수강생도 있을 거고 B 등급을 받은 사람들도 간혹 있기 때문에 점수를 가지고 투덜거리는건 배부른 짓이라고 생각되기도 하지만 그래도 실망스럽다. 물론 그 실망은 나 자신에게 가야 하겠지만 자꾸 원인을 채점자인 조교님들께 돌리는 건 이기적인 심보를 가진 나로서는 어쩔 수 없다. 그냥 납득하는 수밖에. 이번 글은 정말 잘 썼다고 생각했지만 갈 길이 먼가보다. 어차피 나는 인문학이고 자시고간에 글쓰기에 소질이 없는 건 초등학교 때부터 절절히 느껴왔기 때문에 이번 과제의 평가에 불복할 리는 없다. 다만 아쉽다. 김하영만큼 처절하게 열심히 쓰진 않았지만(이번에도 일찍 쓰고 계속 쉬었다), 나름 내게는 만족스러웠던 글이었기에 다른 사람에게 그리 좋지 못한 평가를 받았다는건 곧 내 안목이 별로라는 뜻이니까. 사실 별 거 없다. 글 많이 쓰고, 좋은 글 많이 읽으면 될거다. 게을러서 손에 펜이고 샤프고 키보드고 책이고 통 잡히질 않으니 문제지. 훈련 갔다오면 개학 전에 책 두어 권만 읽어야겠다.
스누라이프에서 전과 면접에 대한 글을 자게에서 보니 문득 불안해졌다. 훈련이 다음 주 일요일부터인데, 혹시 훈련 간 사이에 컴퓨터공학부에서 뭔가 연락이 왔는데 내가 부재중이라서 실격처리 된다던가 하는게. 설마 면접을 다음 주에 갑자기 잡거나 하진 않겠지.. 우선 폰은 정지하지 않은 채로 엄마에게 맡겨 두어야겠다. 어차피 지금의 불안이라는 것도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대한 것인데, 아직 닥치지도 않은 일을 가지고 동요할 필요는 없다. 이 닦고 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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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좋아함을 수반한다.
누군가가 좋은데, 그 사람으로 인해 생기는 감정적, 혹은 물질적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도 좋으면 사랑이다.
그렇지 않으면 그냥 좋아하는 거다.
나는 사랑을 하고 싶기 때문에 감정적인 손해를 보더라도 최대한 참거나, 좋은 쪽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쭉 이럴 수 있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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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께서 수업시간에 칭찬하신 글들 중 만점 직전의 글을 읽어봤다.
쭉 읽고 난 소감은, 나도 이 정도는 쓸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글은 깔끔하고 읽기 좋았다. 이렇게 쓰지 못했으니 성적을 조금 낮게 받은거겠지만, 좋은 글을 한 번 봤으니 이만큼 쓰도록 노력해야겠다.
그 글이 어떤 지적을 받았을지 무척 궁금하지만, 그래도 이번 수업에서 수강생들이 쓴 글 중 Top 2라는건 그 글과 비슷하게 쓰는 것이 교수님과 조교님의 취향에 맞는 글이라는 뜻이겠지.
아마 글이 짧고 논거가 부족하다는 코멘트는 받지 않았을 것 같다. 글 길이도 적당했고, 주장의 근거도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들과 교과서에 있는 내용들을 적절히 잘 조합해서, 새로운 내용은 거의 없지만 주장하고자 하는 바를 잘 뒷받침하는 것 같다. 이런 방식으로 다음 글을 쓰면 나도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을듯 싶다.
이번에 읽을 글은 천운영 작가의 『그녀의 눈물 사용법』이다. 소설집이다보니 단편소설 하나하나가 트와일라잇과는 비교도 안되게 짧으니, 글 하나를 정해서 정말 뿌리까지 파헤칠 생각이다. 이번 글은 제대로 한 번 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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