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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이야기(꽁트)7

난봉 심 서방 옛날 한 고을에 심 서방이라는 사람이 살았어... 사람은 좋은데 女子만 보면 사죽을 못쓰는 천하의 난봉꾼이야... 그래서 사람들은 그를 난봉 심 서방이라고 불렀지~~ 그는 자신이 사는 고을과 인근 백리 안에는 제 눈에 차는 美女가 없음을 한탄하면서 술에 푹~ 빠져 지내다가... 어느 날 큰 뜻을 품고 길을 떠났지~ 몇 년 몇 달을 이 고을 저 고을 돌아다니며 눈이 뻘게 지도록 예쁜 女子만 찾아다녔어~ 그러다가 드디어~ 너무너무 예쁜 女子를 찾았어~ 얼마나 예쁜지 가인이의 미모, 서련이의 몸매는 그녀의 하녀 축에도 못 낄 정도야~ 심 서방은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별별 수단을 다 써봐도 天下一色 그녀는 눈길 한번 안 주었지~ 선친께서 갓 하나를 평생 쓰며 악착같이 모아서 물려준 유산... 그 재산을 .. 2020. 7. 5.
우 산 내겐 우산이 하나 있습니다. 촌스러운 색상의 낡아빠진 우산...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 오는 날이면 늘 이 우산을 들고나갑니다. 삼국지의 조조가 전투에서 패한 후 닭갈비가 식사로 나왔는데 그것을 뜯어먹다가 "버리기는 아깝고 먹기는 그렇고" 그랬다는 "계륵" 바로 그 계륵이 이 우산을 볼 때마다 생각나는 단어입니다. 우리의 인연을 그만 끝냈으면 하는 심정으로... 아니면 쓰고 다니 다가 아무 곳에나 그냥 놔두고 오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우산을 들고 다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이 우산은 결코 나와 떨어지고 싶지 않은지 아무리 바쁘고 정신이 없는 와중에서도 시야에서 벗어나질 않고 줄곧 내 근처에 머무릅니다. 차마 억지로는 떼어버리지 못함을 알고 있기나 한 듯... 이제부터 이 계륵 같은 우산 이야기를 해 .. 2012. 12. 24.
용 팔뚝 아저씨와 혀 꼬부라진 아저씨 며칠 전 퇴근길 버스 안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눈 오고 난 그다음 날 날씨가 갑자기 추워진 탓에 버스에 오르자마자 그 따뜻함이 달콤한 수면제로 변하며 나를 막 잠으로 끌어들이려 하는 그때... 험상궂은 얼굴... 짧은 스포츠머리... 키는 작아 보이지만 떡 벌어진 어깨... 다부진 체격의 50대 남자가 버스에 올랐습니다. 두세 개의 빈 좌석이 있었지만... 그는 앉을 생각은 아예 없는 듯...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웃옷을 벗어 가방 위에 올려놓고 난방 셔츠의 소매를 반쯤 걷어붙인 다음.... 버스 손잡이를 잡았습니다. 그때... 잠을 자고 있지 않던 승객들의 시선은 일제히 그 남자 팔뚝에 머무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팔뚝에는 커다란 용 한 마리가 울퉁불퉁한 근육을 감아 오르고 손목 근처에 다다른 용의.. 2012. 12. 18.
겨울에 기다리는 봄... 올 겨울은 그다지 춥지 않을 것이라고들 하지만 12월이 지나면서 대기의 온도는 점점 낮아지고 있습니다. 혹 바람이라도 부는 날이면 더욱더 춥게 느껴집니다. 내년 2월까지는 하루하루 더 추워지다가 그 정점이 지나 3월 중순이 되어야 버들강아지가 돋아나 오고 봄이 다가왔음을 느끼게 되겠지요. 그때 피어날 파릇한 새싹들을 생각하면 마음속엔 벌써 봄 향기로 가득 차 넘칩니다. 올 가을을 옅은 대지위에 떨어진 꽃씨... 풀씨... 들은 처음 겪는 거센 추위와 눈보라 속에서 쌓이는 낙엽에 보금자리를 틀고 싸늘한 햇살이 스며들 때나... 날카로운 달빛이 비칠 때나... 한결같이 봄을 그리는 꿈을 꿉니다. 그들은 굳은 의지와 본능적 삶으로 햇빛이 비치는 아지랑이 속에 파릇한 새싹을 키우고 대지의 앞마당에 그들만의 세계.. 2012. 12. 18.
그의... 자화상 상수는 짜증이 나서 견딜 수가 없었다. 아무리 월요일 출근 시간이라지만 차가 이렇게 막힐 수가 있나! 도로는 온통 주차장으로... 앞차와 뒤차 간격만 좁아질 뿐 좀처럼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었다. 주위를 돌아보니 차 한 대에 한 사람씩만 타고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해도 되는 사람들이 뭐가 바쁘다고 저마다 차를 타고 나와!" 상수는 이 지긋지긋한 교통체증 속에서 다른 운전자들을 원망하고 있었다. 따지고 보면 자기 자신도 오늘 혼자 출근하는 중인데... 자신은 당연히 차를 가지고 나올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어제 교회 예배시간의 목사님 설교 내용을 떠올렸다. "자신만 생각하지 말고 남을 먼저 생각하고 배려하는 한주가 되시길 기원합니다." 교회에서는 만나는 사람마다 웃으며 인사를 나누었고 여유로.. 2012. 12. 17.
복돌이 제가 중학교 1학년 때의 일입니다. 한 40년쯤 되었겠군요. 제 자랑은 아니지만 초등학교 시절에는 많은 책을 읽었습니다. 위인전, 탐정소설 그리고 삼국지... 초등학생이 삼국지 읽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아무튼 전 읽었습니다. 이런 책들을 읽다 보니 "불의를 버리고 사는 정의로운 삶" 이것이 제 좌우명이었습니다. 그날 나는 학교를 마치고 친구들과 냇가를 건너 집으로 가는데 냇가 모래사장에 아랫동네 아저씨들이 흥겹게 콧노래를 부르며 돌을 받쳐 올려놓은 가마솥에 불을 지피고 야채를 씻고 양념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그곳에서 무슨 잔치를 하는 줄 알고 뭣 좀 얻어먹을까 하는 생각으로 그곳으로 다가갔습니다. 아니!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복돌이... 우리 복돌이가 정신이 반쯤 나간 상태로 꼬리를 .. 2012. 12. 16.
겨울 사색 정리가 덜 된듯한 산골 오두막집 창가에 앉아 따뜻한 김이 모락 거리는 찻잔에 마음을 담고 나름대로 멋스럽게 만들어진 창 너머로 겨울바람의 리듬에 춤을 추는 함박눈을 바라봅니다. 거센 바람에... 앙상한 겨울 나뭇가지는 추위를 이기기 힘든 듯 몸부림치고 어린아이 주먹만큼이나 되는 함박 눈송이가 나에게로 다가오고 싶은 듯 창을 두드립니다. 멋쩍게도... 바깥세상의 차디찬 비애(?)를 느끼며 따뜻한 차 한잔의 의미를 마실 때 휑하니 느껴지는 그 의도적인 가식은 무엇을 뜻할까요? 벽난로의 따스함이 내 몸속에 스며들 때쯤 "책이나 읽을까" 그러나 바깥세상의 삼라만상에 넋 두고 채워지는 하얀 눈송이는 차츰차츰 나의 사고를 마비시켜 버립니다. 텃밭 가장자리에 심은 야생화 무리는 매서운 추위를 피해 땅속으로 스며들었고.. 2012. 12.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