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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이야기(꽁트)

겨울 사색

by 錦繡江山 2012. 12. 16.

 

 

 

 

정리가 덜 된듯한 산골 오두막집 창가에 앉아

따뜻한 김이 모락 거리는 찻잔에 마음을 담고

나름대로 멋스럽게 만들어진 창 너머로

겨울바람의 리듬에 춤을 추는

함박눈을 바라봅니다.

 

거센 바람에...

앙상한 겨울 나뭇가지는

추위를 이기기 힘든 듯 몸부림치고

어린아이 주먹만큼이나 되는 함박 눈송이가

나에게로 다가오고 싶은 듯

창을 두드립니다.

 

멋쩍게도...

바깥세상의 차디찬 비애(?)를  느끼며

따뜻한 차 한잔의 의미를 마실 때

휑하니 느껴지는  그 의도적인 가식은

무엇을 뜻할까요?

 

벽난로의 따스함이 내 몸속에 스며들 때쯤

"책이나 읽을까"

그러나 바깥세상의 삼라만상에 넋 두고

채워지는 하얀 눈송이는

차츰차츰 나의 사고를 마비시켜 버립니다.

 

텃밭 가장자리에 심은

야생화 무리는 매서운 추위를 피해

땅속으로 스며들었고...

홀로 외로이 울어대던 새소리도

쏟아지는 함박눈에 감춰져 들리지 않습니다.

 

겨울 들판에 즐을 맞춰선

전신주의 전선은 어느새 바이올린 소리가 되어

귓가에 울리고...

사나운 겨울바람은 그 음률에 맞추어

춤을 추라고 함박눈을 재촉합니다.

 

앞산 얕은 봉우리에 소복이 쌓인 눈 사이로

흰 토끼가 몰이꾼의 험악한 내달림에

눈 속을 헤매듯 쫏겨다니고...

미끄러지기만 하면 되는

어설픈 눈썰매에 걸터앉은

어린 동심은 추위도 잊은 듯

이리저리 비틀비틀 눈 위를 달립니다.

 

앞집 지붕 위로 하염없이 내리던

함박눈도...

어느덧 어슴프레 바뀌어가는 시간의 흐름 속에

진정된 듯 멈추고...

오두막 흰 창으로  붉은빛이 스며들 때면

화롯불에 들러 앉아 손을 내밀며...

도란도란 거리던 옛이야기도 들리는듯합니다.

 

정리가 덜된듯한 산골 오두막집 창가에서

따뜻한 김이 모락 거리는 찻잔 속 그리움으로

촌스럽기도, 멋스럽기도 한 그 창을 향해

나를 들여다봅니다.

창을  사이에 두고 마주 보는 그 자리엔

어린 시절이 보이고...

어렴풋 미래도 보이고...

삶이 절실한 현실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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