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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이야기(꽁트)

그의... 자화상

by 錦繡江山 2012. 12. 17.

 

 

 

 

상수는 짜증이 나서 견딜 수가  없었다.

아무리 월요일 출근 시간이라지만 차가 이렇게 막힐 수가 있나!

도로는 온통 주차장으로... 앞차와 뒤차 간격만 좁아질 뿐

좀처럼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었다.

주위를 돌아보니 차 한 대에 한 사람씩만 타고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해도 되는 사람들이 뭐가 바쁘다고 저마다 차를 타고 나와!"

상수는 이 지긋지긋한 교통체증 속에서 다른 운전자들을 원망하고 있었다.

따지고 보면 자기 자신도 오늘 혼자 출근하는 중인데...

자신은 당연히 차를 가지고 나올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어제 교회 예배시간의 목사님 설교 내용을 떠올렸다.

"자신만 생각하지 말고 남을 먼저 생각하고 배려하는 한주가 되시길 기원합니다."

교회에서는 만나는 사람마다 웃으며 인사를 나누었고

여유로운 마음으로 식사도 같이 하였건만...

하루가 지나자마자 돌변하는 자기 자신에 대해서 안타까운 생각도 들었다.

 

언제부턴가 그는 사무실에 들어가기가 싫었다.

그의 사무실은 세상의 험악한 존재들이 차지하고 있었고

사회로부터 지탄받는 부류들만 모여들었으며

심지어는 사람이 저렇게 까지도 될 수 있구나 하는 놀라운 모습도 보게 되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그는 이제 다른 일을 해야지 몇 번이나 망설였지만...

미련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었다.

사회 초년 시절 그는 상냥하고 세상의 밝은 면만 보는 고운 심성을 지닌

청년이었는데 10여 년 동안의 사회생활이 오늘날처럼 자신을 변화시킨 것에 대하여

가슴 아픈 염증도 느끼고 있었다.

 

갑자기 앞차가 속력을 내기 시작했다.

그도 가속페달을 밟으면서 앞으로 나아갔다.

사거리에 진입과 동시... 신호등이 노란색으로 바뀌었다.

긴 시간 속에 갇혀 있던 감옥을 탈출하듯...

상수는 가속페달을 더 힘주어 밟았다.

차가 넓은 교차로의 중간지점을 넘어설 무렵 신호등은 붉은색으로 바뀌고 있었다.

그 순간 좌측에서 번쩍하는 섬광이 이는가 싶더니..."쾅"

아... 그는 잠깐 정신을 잃었다.

 

눈앞을 뿌옇게 막고 있던 안개 같은 것이 서서히 걷히면서

정신이 들어 밖을 내다보니....

좌측에서 진입하던 차의 모서리와 자신의 차 앞부분이 부딪친 듯

두 차 모두 심한 게 부서져 있었다.

상수는 차에서 내리려고 문을 여는 순간...

상대방은 벌써 차 앞에서 삿대질을 하고 있었다.

"야~~ 인마... 신호등도 안 보고 운전하냐!"

상대의 눈을 보니 그 역시 험한 세상 속에서 살아가고 있음을 그 차가운 눈동자에서

읽을 수가 있었다.

그러나 상수도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그에게는 사무실이나 외부에서나 그 누구도 시비를 걸지 않았다.

그는 그 정도의 사회적 지위(?)를 가지고 있었다.

상수는 천천히 차문을 열고 나서며 상대방을 향하여 맞고함을 쳤다.

"야~~ 이 자식아... 신호를 위반한 놈은 너지!... 그리고 어디다 대고 욕설이야!"

상대방은 "이것 봐라" 하는 표정으로 거친 눈을 더욱 크게 뜨며...

" 너 이 새끼... 콩밥 먹고 싶냐!"

상수도 험한 타성에 젖은 그 더러운 성깔이 나오기 시작했다.

" 뭐야 이 새끼... 콩밥은 내가 주는 거야!"

극도로 흥분한 두 사람은 이제 멱살을 잡을 차례였다.

 

그 순간 교통경찰이 다가와 차부터 빼라고 손짓했다.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 상수가 주머니에서 신분증을 꺼내려는 순간...

상대는 이미 경찰에게 신분증을 보이며

"나 서부지청 강력계 XXX인데... 저 신호위반차량... 철저하게 조치해...

하면서 의기양양하게 상수를 쳐다보았다.

 

순간 상수는 공권력 행사 중에만 제시해야 되는 신분증을 사적인 경우에 내보이며

경찰관을 닦달하는 상대방의 태도에 구역질이 나는 고통을 느꼈다.

상대의 그런 행동이 추잡함으로 느껴지자 상수는 그것이 곧 자신의 자화상임을

알게 되었다.

 

자신의 손에 쥐어져 있는 동부지청 강력계 신분증을 만지작 거리며

그동안 자신이... 알량한 권력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슬픔과 고통을 준 것에 대한

죄책감이 심한 모욕으로 되돌아 옮을 느끼고 있었다.

 

며칠 후 그는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모든 미련을 버린 체...

아주 오랜만에 느끼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청년시절 가졌던 상냥하고 밝은 면만 볼 수 있는 세상을 향해

험악한 사무실을 나서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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