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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이야기(꽁트)

난봉 심 서방

by 錦繡江山 2020. 7. 5.

 

옛날  한 고을에 심 서방이라는 사람이 살았어...

사람은 좋은데 女子만 보면 사죽을 못쓰는

천하의 난봉꾼이야...

그래서 사람들은 그를 난봉 심 서방이라고 불렀지~~

 

그는 자신이 사는 고을과 인근 백리 안에는

제 눈에 차는 美女가 없음을 한탄하면서 술에

푹~ 빠져 지내다가...

어느 날 큰 뜻을 품고 길을 떠났지~

몇 년 몇 달을 이 고을 저 고을 돌아다니며 눈이 뻘게 지도록

예쁜 女子만 찾아다녔어~

그러다가 드디어~ 너무너무 예쁜 女子를 찾았어~

얼마나 예쁜지 가인이의 미모, 서련이의 몸매는

그녀의 하녀 축에도 못 낄 정도야~

 

심 서방은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별별

수단을 다 써봐도 天下一色 그녀는 눈길 한번 안 주었지~

선친께서 갓 하나를 평생 쓰며 악착같이 모아서

물려준 유산... 그 재산을 다 탕진하고도

오직 그녀만을 그리워하다가 상사병이 나서

다 죽게 되었는데~

이케 살면 뭐하나 싶어 늙은 부엉이 절벽에서 떨어져 죽듯...

그렇게 죽으려고 산꼭대기 바위 위로 올라갔더니

머리 하얀 노인네가 혼자서 바둑을 두고 있는 거야~

여러분들은 벌써 눈치챘겠지...

옛날 얘기 속에 자주 등장하는 신선이잖아~

근데 심 서방은 女子만 밝히는 어리숙한 인간인지라

신선 인지도 모르고 이 노친네가 뭐하나 싶어 쳐다보니...

"뭘 보노~ 바둑 한판 두고 싶냐? " 하는 거야...

 

女子의 "女" 자는 아주아주 잘 알아도 바둑의 "바둑알"은

한 번 만져 본 적도 없는 천하의 난봉꾼 심 서방...

얼떨결에 바둑을 두게 되었는데~

이 노친네를 가만히 보니 얼굴빛이 투명하고 바둑알을

잡은 손이 애기손처럼 곱고 예쁜 거야~

그제야 심 서방 눈치챘어...

그리고 문득...

누군가에게 들었는지 모르지만 이런 말이 생각나지 뭐야~

"신선과 바둑 둬서 이기면 소원 성취한다"

그래서 정신을 바짝 차리고 보니...

이거이 우찌 된 건지 바둑알이 초롱 초롱해 보이고 자신이

이기고 있는데... 아다리 한수만 남았네~

 

심 서방 가슴을 조이며 신선이 빨리 두기를 조마조마하게

애타게 안 달라서 기다리는데 이놈의 신선 영감태기가

빨리 두질 않고 둘까 말까 손가락만 까딱거려~~

참다못한 심 서방 신선에게 한마디 했지~

"닝기리~ 두려면 빨리 좀 두삼... 사람 애간장 녹이지 말고"

그러자 신선 열 받았는지 바둑알을 냅다 집어던지며

"닝기리~ 내가 졌다~"

"네가 지금 맘속에 가장 갖고 싶은 것 하나는 가질 거다"

하면서 뿅!! 사라지네~~

 

심 서방 땡잡았다 쾌재를 부르며 쏜살같이 산을 내려와

그녀에게 달려갔지~

그리고 그녀를 만났어~

근데~~~

깜짝 놀란겨!!!

돌머리 심 서방은 생각지도 못할 일이 일어났어~

그녀는 이미 팔십이 넘은 할망구가 되어있었어~

신선하고 바둑 둔 시간은 잠깐이었지만...

그사이 몇십 년이 흐른 겨~

 

여러분들은 알고 있제...

심 서방이 아니니까~

신선이 한번 준 건 무르지 못하는 거~

 

심 서방... 팔순 할망구 하고 살면서 반은 미쳐서

매일 이 말을 중얼거려~

"그놈의 신선이 마지막에 시간만 끌지 않았어도...

그러지만 않았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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