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한 고을에 심 서방이라는 사람이 살았어...
사람은 좋은데 女子만 보면 사죽을 못쓰는
천하의 난봉꾼이야...
그래서 사람들은 그를 난봉 심 서방이라고 불렀지~~
그는 자신이 사는 고을과 인근 백리 안에는
제 눈에 차는 美女가 없음을 한탄하면서 술에
푹~ 빠져 지내다가...
어느 날 큰 뜻을 품고 길을 떠났지~
몇 년 몇 달을 이 고을 저 고을 돌아다니며 눈이 뻘게 지도록
예쁜 女子만 찾아다녔어~
그러다가 드디어~ 너무너무 예쁜 女子를 찾았어~
얼마나 예쁜지 가인이의 미모, 서련이의 몸매는
그녀의 하녀 축에도 못 낄 정도야~
심 서방은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별별
수단을 다 써봐도 天下一色 그녀는 눈길 한번 안 주었지~
선친께서 갓 하나를 평생 쓰며 악착같이 모아서
물려준 유산... 그 재산을 다 탕진하고도
오직 그녀만을 그리워하다가 상사병이 나서
다 죽게 되었는데~
이케 살면 뭐하나 싶어 늙은 부엉이 절벽에서 떨어져 죽듯...
그렇게 죽으려고 산꼭대기 바위 위로 올라갔더니
머리 하얀 노인네가 혼자서 바둑을 두고 있는 거야~
여러분들은 벌써 눈치챘겠지...
옛날 얘기 속에 자주 등장하는 신선이잖아~
근데 심 서방은 女子만 밝히는 어리숙한 인간인지라
신선 인지도 모르고 이 노친네가 뭐하나 싶어 쳐다보니...
"뭘 보노~ 바둑 한판 두고 싶냐? " 하는 거야...
女子의 "女" 자는 아주아주 잘 알아도 바둑의 "바둑알"은
한 번 만져 본 적도 없는 천하의 난봉꾼 심 서방...
얼떨결에 바둑을 두게 되었는데~
이 노친네를 가만히 보니 얼굴빛이 투명하고 바둑알을
잡은 손이 애기손처럼 곱고 예쁜 거야~
그제야 심 서방 눈치챘어...
그리고 문득...
누군가에게 들었는지 모르지만 이런 말이 생각나지 뭐야~
"신선과 바둑 둬서 이기면 소원 성취한다"
그래서 정신을 바짝 차리고 보니...
이거이 우찌 된 건지 바둑알이 초롱 초롱해 보이고 자신이
이기고 있는데... 아다리 한수만 남았네~
심 서방 가슴을 조이며 신선이 빨리 두기를 조마조마하게
애타게 안 달라서 기다리는데 이놈의 신선 영감태기가
빨리 두질 않고 둘까 말까 손가락만 까딱거려~~
참다못한 심 서방 신선에게 한마디 했지~
"닝기리~ 두려면 빨리 좀 두삼... 사람 애간장 녹이지 말고"
그러자 신선 열 받았는지 바둑알을 냅다 집어던지며
"닝기리~ 내가 졌다~"
"네가 지금 맘속에 가장 갖고 싶은 것 하나는 가질 거다"
하면서 뿅!! 사라지네~~
심 서방 땡잡았다 쾌재를 부르며 쏜살같이 산을 내려와
그녀에게 달려갔지~
그리고 그녀를 만났어~
근데~~~
깜짝 놀란겨!!!
돌머리 심 서방은 생각지도 못할 일이 일어났어~
그녀는 이미 팔십이 넘은 할망구가 되어있었어~
신선하고 바둑 둔 시간은 잠깐이었지만...
그사이 몇십 년이 흐른 겨~
여러분들은 알고 있제...
심 서방이 아니니까~
신선이 한번 준 건 무르지 못하는 거~
심 서방... 팔순 할망구 하고 살면서 반은 미쳐서
매일 이 말을 중얼거려~
"그놈의 신선이 마지막에 시간만 끌지 않았어도...
그러지만 않았어도~"
'나의이야기(꽁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 산 (0) | 2012.12.24 |
---|---|
용 팔뚝 아저씨와 혀 꼬부라진 아저씨 (0) | 2012.12.18 |
겨울에 기다리는 봄... (0) | 2012.12.18 |
그의... 자화상 (0) | 2012.12.17 |
복돌이 (0) | 2012.12.16 |
댓글